운이 좋았다..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늘은 완전히 버리진 않는다. 오히려 도와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최근 한달동안 서울대 현장을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다.
지방에 갔다가 올라온지 얼마되지 않았고 7월에 다른 인력에서 파견갔다 알게 된 곳인데 사장이 어느날 "한달동안 꾸준히 나갈수 있어?" 하더니 여기로 보내줬다.
아직 신뢰관계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다행스런 일이었다.
하는 일은 목수 데모도.
추운 겨울에 대마맞지 않고 나갈 수 있는게 어디인가. 이곳이 아니었다면 출근율도 떨어지고 어려운 시기에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었다.
오늘은 양중 작업으로 2명이 더 필요하다하여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일했다. 一行이 있어 좋았다.
야리끼리로 던져주고 갔지만 시간내에 끝내기도 빡빡한 물량이었다.
힘쓰는 일이 많지만 가끔씩 어깨너머로 기술도 배울 수 있다.
이것도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도..
모든 건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매매 중독이었을지 모른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우량주로 시작을 했지만 심리가 무너져 테마주에 혹한 것, 한번 크게 당한 후 미수를 억제하지 못한 것, 그것도 이미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이후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품에 손을 대고 증거금이 없어 빌려했다. 그뿐이랴 수량조절도 하지 못하였다. 깡통기록은 백번이 넘어간다.
나는 원칙을 정하려 했다. 돈을 벌고 잃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매를 하려면 원칙이 필요했다.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개미는 휩소에 속거나 큰 추세에 당할 수 있다. 매매 뿐아니라 자금이나 환경 측면에서도 원칙은 지켜져야 했다. 매매를 넘어서 생활 전반에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가령 시간약속을 잘 지키자는 원칙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있지만 상대방의 신뢰를 잃는 위험을 방지해준다.
만약 원칙을 어긴다면 원칙이 아니게 된다.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위험도 예방할 수 없다. 2015년 1월에 세웠던 원칙 '매매중단'은 지키지 못해 글을 삭제했다. 같은 시기에 세웠던 '대출금지'는 1년 뒤 어겼다. 그리고 지금 1년 전보다 훨씬 아니 5년 전보다도 못한 현재를 맞이했다. 두 원칙 모두 의미가 없어졌고 스스로 파기된 상태다. 이 고통은 또다시 하늘이 내린 벌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운이 좋지 않다. 가정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항상 내게 일어났다. 이제 밑바닥 생활,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또 밑바닥이라고 하면 안 된다. 계급은 누가 정했던가. 사실 알아주지 않아도 사람을 필요로하는 곳에서 일의 내용에 맞춰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동안 어느 곳에서나 '서브'로 존재했다. 누군가는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주문을 하거나 지시했을 수도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어떤 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혹한 인생은 아이러니 하게도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림자를 보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5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공덕에서 택배상하차를
4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가산에서 택배상하차를
3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이촌동의 이자카야에서 서빙과 종각에서 기업이사를
2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이천에서 택배상하차를
1년 전 크리스마스에는 석촌에서 인테리어 일을
했다.
이제는 눈을 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