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올라서일까? 서울반도체가 8일 기관 차익매물에 전일대비 6.35% 하락하며 큰 낙폭을 보였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10월14일 52주 최고가인 45,250원을 기록한 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LED 업황 개선 기대감에 지난 1년 동안 무려 125% 상승한 바 있다.
서울반도체는 5일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319억180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한 2702억1200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01억600만원으로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시장전망치를 하회하며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서울반도체 주가 하락은 기관이 주도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9만주 가량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되려 64만주를 팔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기관 리포트에서는 LED조명 수요 증가와 실적 호조로 인해 견조한 성장세가 기대된다며 호평일색의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다만 환율변동의 변수가 작용해 영업외 비용이 증가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시장추정치를 뛰어넘는 실적에도 왜 기관은 매도로 돌아섰을까?
우선적으로 국내 증시가 고점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조정 심리가 작용해 차익매물이 쏟아졌을 가능성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45일 연속 진행되면서 이는 기관들에게 자금유출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단기적인 이익실현을 유도했다. 또한 미국 경제 지표 개선에 따른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스피가 2000선이 깨지는 등 불안 장세가 이어지는 점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실적주들에 상방경직으로 짓누르는 조정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다.
다음으로 미국의 반도체 LED 제조기업 Cree社가 실적악화에 따라 고가 76달러에서 56달러까지 폭락하며 시장의 우려감을 키웠다. LED업황이 시장의 기대만큼 고성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과열에 따른 실망 매물이 출현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반도체도 Cree 주가 하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환율하락에 따른 환손실 증가와 R&D 세액공제 이연은 재무제표 상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영업이익 급증에도 당기순이익이 기대치에 밑돈 이유가 환율변동에 의해 80억원 수준의 환손실이 발생했고 회계처리 과정에서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부분을 3분기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투자의 하준두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 수준인 300억원을 넘어섰지만 문제는 영업외 비용”이라며 “달러표시 매출 채권이 달러ㆍ원 환율 변동으로 환손실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한 “4분기 예상 달러ㆍ원 환율이 1,055원 수준이어서 현재보다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반도체의 전망은 어떨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이 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면 박스권 구간으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장기적인 흐름은 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외국인이 기관물량을 받으면서 2차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는LED 조명 성수기인 반면 IT제품용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매출은 비슷한 수준인 2636억원,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4분기도 환손실이 역시나 변수가 되겠지만 시장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영업이익 유지 그리고 더 이상의 영업외 손실의 발생만 없다면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우상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조명 매출액 증가는 서울반도체 실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순수 조명 매출은 분기당 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분기 777억원, 올 1분기 828억원으로 급증했고 3분기에도 1,070억원으로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크리치2 제품의 판매 호조로 2011년 38.9%를 차지했던 조명 비중은 올해 49.4%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엔폴라 LED가 양산에 성공할 경우 기존 LED 조명 보다 5배 이상 밝기 때문에 혁신적인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7.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9배 수준으로 현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미국의 LED 조명 확산, 중국의 LED 조명 보조금 지급과 일본의 LED 조명 매출액 증가 움직임으로 LED 조명 산업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체 조명시장에서 LED침투율은 올해 4%를 기록한 뒤 2020년 2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열등과 형광등 규제정책이 확산되면서 LED조명 침투율은 예상보다 빨리 늘어날 것”이라면서 “1만건 이상 특허 등 주요 원천기술을 확보한 서울반도체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는 LED 칩 전문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 상장 절차도 내년 하반기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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