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행6 (나이에 대하여)
철거.
7년만에 노가다 십장으로 가는 현장마다 연타석 출루다.
스카이차에 나무 상자로 문이 열리게 끔 와꾸를 짜 왈가닥을 실어 내리는 게 주된 일이다.
장비가 팔할을 담당하고 우리는 와꾸 상자를 창문에서 내리는 일을 맡았다.
쉬는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스카이차 오가는 동안 정리할 게 없을 때 알아서 쉬었다. 참은 한두번 음료수로 줬다.
단가가 좀 아쉽지만 신호수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올려달라하기도 뭐한 상황이다. 그렇다한들 놀자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눈치껏 장비가 닿지 않는 부분을 치워주는 센스도 필요했다.
솔직히 대기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일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잔소리도 없고 알아서 일 죽여주고 담배피고 싶음 피워도 되고 쉬고 싶음 잠깐 쉬어도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에서 온 동생은 쉬는 시간을 안 준다느니 내일 여기 보내면 안 오겠다느니 팔이 아파 죽겠다는 둥 불만이 많았다. 내가 너무 나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일한건가? 같이 일한 나는 덕분에 더 많은 량의 일을 쳐냈는데? 몸상태는 이해하겠지만 난 오히려 그 친구가 경험이 부족하고 눈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좋은 현장만 가나? 노가다판에 어린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힘든 일은 잘 안하려고 한다.
나는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수많은 갑을관계를 당해봤다. 그래서 나이가 많다고 내세우기도 싫고 어리다고 얕잡아보거나(특히 처음부터 반말) 권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혐오한다. 단지 그 사람에 맞춰서 대할 뿐이다.
사회에 나오면 수많은 나이차가 존재하는데 나이에 구속되면 피곤해진다. 30년차가 나도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나이가 어려도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다면 그 분야는 인정해줘야 한다.
살아온 '삶의 방식'이 나이보다 중요한 한 사람을 대하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중용'을 지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삶의 방식으로 압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같이 갈수 있으면 가고 없으면 no offence 보내준다(no fence).
각자의 삶의 방식이니까 not disturb.
꼰대가 되지 말자.